최악의전당

명동 란주라미엔 (최악의전당)

박카트니 2023. 4. 1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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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맛있었던 식당이 기억에 남는 만큼 최악이었던 식당 또한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맛집은 남기고 악집은 묻어두는 게 맞는 걸까.  
어떻게 보면 맛집이라는 것도 평가가 아닌가? 
맛집을 알리는 게 사람들에게  맛있는 식당에 갈 확률을 높여준다면
악집을 올리는 건 사람들에게 기분 나쁜 일을 일어나지 않게 예방하는 거 아닌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보고 싶었다.
 
처음으로 생각나는 곳은 명동의 란주칼면이다.
이 집은 비가 억수로 오는 날 여자친구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카카오맵으로 찾은 맛집이다. 
평을 봤을 때부터 호불호가 굉장히 나뉘는 집이었다.
우선 평가자체가 많았고  그 안에는 맛있다는 글 양이 많다는 글이 있는 반면 불친절하다.
지저분하다는 글 또한 있었다. 나는 이 집을 주말 저녁에 갔었다.
그래서인지 비가 많이 오는데도 사람들이 웨이팅을 하고 있었다.
명동이라는 위치이지만서도 코로나 시국인지라 외국인이 국내에 많지 않았는데
이 집은 내국인으로 웨이팅이 길게 있었다.
웨이팅 환경은 괜찮은 편이었다. 웨이팅 할 수 있는 의자를 카운터 쪽으로 길게 늘어놓아
밖에서 기다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비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남자사장님의 접객은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나빠질 정도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정도였다.
그냥 바쁘니까 예민할 수도 있겠구나 정도
약간의 웨이팅 후에 우리는 착석했고 처음부터 상황이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땅콩과 짜사이를 주었는데  준수한 편이었고
꿔바로우와 짬뽕을 시켰는데 이 또한 양도 많았고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음식을 먹는 중에 내가 직원분에게 땅콩을 더 달라고 부탁했고 
문제의 발단은 여기부터였다.
내가 바라보며 요청했던 직원이 내 말을 듣고  바로 옆에 있던 직원에게  전달했다.
여기 땅콩 더 갔다 줘.  그랬더니 지시를 받은 직원이 얘기했다.
"바빠 기다려." 멀리 있던 것도 아니고 우리 자리 바로뒤가 설거지 자리인지라 
바로 옆에 있었는데  직원한테 얘기는 하지만 마치 우리가 들으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우리한테 말했다고 하기에는 애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음식을 다 먹은 후 비타민을 먹으려고 물병에 있던 물을 따라 마셨는데
입에서 가래 같은 물컹함이 느껴지는 거다.
그래서 역한 느낌이 들어 재빨리 쓰레기통에 뱉어버렸다.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놀란 마음에 물병 뚜껑을 열었더니
물때라고 해야 하나 마치 가래를  세면대에 뱉었는데 물을 틀어도
떨어지지 않고 있는 딱 그 모양을 하고 있었다.
너무 화가 나서 아까 그 직원에게 물었다. 저기요 여기 좀 보세요
물때가 껴서 이걸 그대로 마셨다가 뱉었어요. 설거지를 제대로 안 한 것 같은데요
화가 나서 얘기했더니. 아까 그 직원 둘이  중국말로 무슨 말인지도 못 알아듣게
얘기하더니  이상한게 아니고 자스민차는  원래 밑에 찌꺼기가 뜨는 거란다.
 

우리 식당은 설거지 깨끗이 해요 라고 너무나 당당하게 말했다.
너희들이 몰라서 그렇지 그게 아니다가 아니라 뭐가 됐던 기본적으로 사과가 먼저였어야 했다.  
자스민 찌꺼기라는 게 절대 말이 될 수 없는 형태였다.
찌꺼기는 자스민 티 가루 같은 게 찌꺼기인거지 어떻게 물때가 가래처럼 낄 수 있나...
하루이틀 설거지를 안 해서 생길 수 있는 물때가 아니었다. 그냥 물은 더럽지 않으니까
생각하며 남은 물에 물을 채우고 또 채우고 채우고 그게 축적되어 
않아서 생기는  역겨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당당함에 우리는 대화를 포기해 버렸고
계산을 할 때도 굳이 바쁘고 예민해 보이는 사장에게 따지지 않았다.
우리가 착한게 아니라 대화가 통화 거라고 생각되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와 생각하면 첫 번째로 그 물통 바닥을 찍지 않은 것이 안타깝고
두 번째로 입으로 넣은 가래물을  쓰레기통에 뱉은 것이 한이 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영수증 리뷰와 맵 리뷰에 사실을 적은 것이 다였다.
실수와 잘못은 문제다. 그렇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고 거짓말하는 것은 더 큰 잘못이다. 
나는 아직도 그 가래물을 입에 머금었을 때에 느낌이 생생하고 
그 역함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란주칼면에서 란주라미엔으로 이름을 바꾼 것처럼 그런 마인드 또한 바뀌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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