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이 오래 지나 부모님께서 안 계셨을 때 후회될 행동이 무엇 일지에 대해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같이 살던 할머니를 떠나보냈을 때 기억 때문이다.
가시고 나면 잘못한 일이 90 생각난다면 잘한 일을 10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늘 죄송한 마음이다.
내가 여태껏 금전적으로 부모님께 가장 죄송한 부분이 있다면 공부도 안 하면서 다닌
학원과 지금 적게 될 인테리어다. 두가지 잘 못 다 현재까지 고통을 주고 있지만
후자의 경우 내 의지와 다르게 사기를 당했다는 것에 분노가 더 치밀어 오른다.
1998년 완공된 우리 집 현대홈타운은 얼마 전부터 누수공사를 하는 집이 부쩍 늘었다.
동파이프 배관은 영구적인거라 하는데 시공사가 시공을 일삼오칠로 한 것이다.
우리 집은 입주가 2년이 늦어서 그런가 다른 집에서 누수가 생길 때는
그저 남일 같았는데 역시 우리 집에도 불행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아랫집에서 연락이 왔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아랫집에 죄송하기도 하고 우리 집도 고통스럽고.
이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던 나는 인터넷에서 간략하게 정보를 확인하고
누수탐지 업체를 불렀고 탐지 후에 물이 새는 부분을 수리했다.
바닥을 드러내고 망치로 바닥을 깨고 새는 부분에 배관을 바꾸는 방식을 몇 번이고
반복했지만 이 방을 막으면 저 방이 터지고 저 방을 막으면 또 다른 방이 터지고
아랫집이나 우리 집이나 스트레스가 말도 못 했다.
더 이상은 이렇게 때우는 것도 우리에게나 아랫집에나 못할 짓이다 싶어 집 전체
인테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부모님이나 나는 인테리어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낡아빠진 집도 낡았다는 생가도 못하고 살던 무딘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집에서 제일 젊으니 알아봐야겠다 싶었다.
최우선적으로 부모님께 금전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인테리어에 관심도 없으실뿐더러 금전적으로도 여유로운 편이 아니었다.
여기서부터 불운의 시작이었다. 인테리어에서 무작정
아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이때는 몰랐다.
우선은 우리 집처럼 누수가 돼서 바닥 배관공사를 했던 아랫집에 물어보았다.
아랫집 아저씨는 네이버 인테리어 카페를 추천해 주셨다.
본인도 그 카페에서 찾아본 인테리어 업체를 찾았는데 괜찮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곳도 그렇고 웬만한 곳은 거의 다 공사일정이 3개월은 밀려있었다.
당시 9월이었고 날이 추워져갔는데 그때까지 난방을 꺼두며 살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날이 추워질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부터 잘못된 결정이 계속되었다.
급한 마음에 윗집 아저씨가 알려주신 네이버카페에 인테리어 요청글을 올렸다.
(나중에서야 들었는데 원래는 괜찮은 카페였으나 갈수록 흑화 되어 사기꾼들만 남았다는 얘기가 있었다)
올린 지 않아 댓글이 달렸다. 업체명이 현대디자인이라고 설명을 했고 공사비용이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얼굴이라도 보자는 마음에 방문 상담을 요청했다.
(가격이 저렴한 걸 보고 선택한 것부터 잘못이다.)
잡혀있는 스케줄이 없으셨는지 연락하고 바로 다음날 우리 집에 방문했다.
땀이 잘 흡수되는 원단에 나시를 입어 팔뚝에 잔근육이 도드라지는 옷을 입고
온 인테리어 사장님은 횡성 한우의 눈망울을 가지고 계셨다.
노동으로 다져진 근육도 그렇고 소를 닮은 눈망울도 그렇고 감사합니다를 뒤에
꼭 붙이는 점잖은 말투와 모든지 할 수 있다는 그의 자세는 나를 포함한 우리 부모님을
한순간에 매료시켰다.
그냥 얘기나 들어봐야지 했던 생각은 어느새 온대 간데없고 이미 그에게 빠져있어다.
일단은 주신 견적에 대해서 다른 곳도 알아보고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 돌려보냈지만
부모님과 대화를 하니 " 그냥 이 사람으로 하자 어차피 잘 모르는데 더 알아보면 뭐 하냐
사람도 괜찮아 보이네" 나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공사는 기존 마루바닥과 시멘트를 깨서 동파이프관을 제거하고 엑셀 배관을 설치 후
시멘트 바닥양생 마지막으로 강마루를 까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금액이 금액인 만큼 마지막으로 한 번은 더 확인하자는 마음에
그동안에 공사 시공사진을 요청했다.
그렇지만 돌아온 답변은 네이버 클라우드가 해킹당해 작업물 파일이 모두 소실 됐다는 답변이었다.
충분히 수상한 일이지만 그래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계약금물 물어봤다. 총금액의 90프로를 요구했다. 통상 10프로 정도를 요구한다고
들었는데 놀라움을 숨길 수 없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재료값과 인건비를 미리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찝찝한 면이 두 개나 보이니 고민되기 시작했고 한번 더 고민하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인테리어 사장은 흔쾌히 받아들였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마음이 안 좋은 쪽으로 기울었다. 그래 나는 지금 사람을 잘 만난 거야
이 사람이 착해서 지금 시세에 맞지 않게 공사를 해주는 거야 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되었고, 부모님 또한 사람이 사기를 칠 사람 갖지 않다며 결국 현대디잔인에 공사를 맡기게 되었다.
집에 있는 짐을 빼내야 되는 게 큰 걱정이었는데 우리의
인테리어 사장님께서는 감사하게도 큼지막한 가구들은
그대로 두거나 베란다로 빼놓으면 된다 그랬다.
가구 외에 옷이나 그릇 등 빼야 할 짐들은 회사에서 무지박스와 배송트럭을 가져와 적재 후
아파트 노인정에 보관해 두었다.
공사기간 일주일 동안 우리 가족은 밖에서 지내야 했다.(사실 1주일은 말도 안 되게 짧은 공사기간이다.)
이때는 코로나가 한창일 시기였다.
나는 집 주변에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았고 코로나시기라 방이 텅텅 비었던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께서는 방을 아주 저렴히 대여해 주셨다. (인테리어만 빼면 참 잘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고 공사가 시작되었다. 원래 공사가 시작되면 집에 사는 사람 중 한 명이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아버지와 나는 일을 해서 지킬 수 없었고 어머니는 몸이 안 좋으셨다.
그래서 내가 매일 퇴근 후에 들려 음료수를 사들고 가거나 하곤 했다.
우리 집 바닥은 아주 빠르게 부서졌고, 아파트에 주민에게서 말도 못 하게 많은 민원이 들어왔다.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다른 집에서 했던 공사에 비해 훨씬 더 시끄러웠던 것 같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본인들 편한 제안을 아주 베풀듯이 얘기를 했다.
예를 들어 방문턱이 있는 거를 원래는 돈 받고 없애주는데 공짜로 해주겠다느니
천장등에 움푹 들어가 있는 부분(시각적으로 천고가 높아 보이는 효과)을 원래는
돈을 받아야 하는데 무료로 평평하게 해 주겠다느니
(사실 다 자기들 철거할 때 편하기 때문이다)
당한 내가 바보지만 저 당시에는 정말 호의로만 생각했다. 무식이 죄다.
우선은 이틀차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니 무수히 많은 문제가 있었겠지만
티가나지 않았다. 하지만 삼일차에 큰일이 하나 터졌다.
아침에 철거마무리를 하러 왔는데 이사 차량이 아파트 앞을 떡하니 막고 있는 거다.
그래서 전화로 이사차량이 막고 있다고 전달을 하고는 해결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30분 만에 철수해 버리고 다른 작업장으로 가버린 것...
달랑 사진 하나 보내놓고 이런 상황입니다. 하고 바로 철수해 버림
아픈 엄마와 일하는 내가 동사무소에도 연락하고 경비아저씨한테 통화해서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했더니 이미 철수했다고 함....
띠용~.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공사기간도 짧은데 이러면 가뜩이나 짧은 바닥 양생기간이
삼일에서 이틀로 줄어드는데 이게 문제없는 거냐? 너무 무책임하신 거 아니냐?
"네 전혀 문제없습니다." 그냥 뭐든지 문제없단다....
이렇게 공사 3일 차였어야 할 날을 그냥 넘어가버렸다.
이때부터 혹시나 했던 의구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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