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영화 파이란 최민식, 장백지

박카트니 2024. 8. 1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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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이란

남자들 중에 한 영화를 여러 번 봐서 대사를 줄줄이 외우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타짜,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악마를 보았다 등의 흥행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다.
 
나한테는 파이란이 그렇다.  위의 영화들과는 다르게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곽경택 감독 영화 친구랑 동 시기에 개봉했다고 한다.)
 
파사모라는 영화 하나를  가지고 카페가 생긴 매니아층이 생각보다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처음 접한 건 2002년쯤으로 기억한다. 아버지가 비디오방에서 DVD로 빌려
 
오셨고 못 보게 하신 건지 내가 못 본 건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영화 표지라던지
 
아버지가 봤다는 것은 정확히 기억했었다. (2023년에 다시 보여드렸는데 스토리를
 
잊어버리셔서 그런지 푹 빠져 보셨다.)
 
그 당시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배경이 흐린 영화를 (날씨나 배경이 어두운)  지금까지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그런 영향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고 내 방안에 누워 뭐 재미있는 거 없나 하고 왓차를 둘러보다
 
파이란이 있는 걸 보았고  어? 이런 영화가 있었지 하는 마음으로 재생했고 그렇게
 
내 인생 영화가 되었다.
 
당시 국내영화 트렌드였던 조폭물이지만 결이 좀 달랐다. 영화의 절반은 정말
 
웃기고 나머지 절반은 정말 슬프다.
 
강재라는 조폭이 있다. 사실조폭이라고 하기엔 후배들에게 인정도 받지 못하고
 
나잇값 못하는 선배정도로 평가받는다
 
입사 동기인 친구 용식이는 조직에 보스가 되었는데 강재는  아직도 용식이
 
뒤치다꺼리만 하면서  똘마니 짓을 하고 있다. 영화에 시작도 조직이 운영하는
 
비디오방에서 포르노 비디오를 고등학생한테 팔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혀

10일 간 구금 후 나온 시점부터이다. 출소하자마자  성인오락실에서 인형 뽑기를 하다가
 
지나가던 용식이 눈에 걸려 "강재야 생각 좀 하자 생각좀 "하며 뺨따귀와 조인트를 맞는
 
수모를 당한다. 테이크가 바뀌고  같은 날 저녁 자신이 맡고 있던 비디오방에 

강재야 생각좀 하자 생각좀!

문을 따고 들어가는 강재. 한참 밑에 후배가 어두운 다방 아가씨랑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재가  후배를 심하게 꾸짖으며 왜 내구역에서 이러냐고 묻자  후배가
 
"용식이 형이 이미 오더 내렸어요 여기는 제가 맡으라고
 
강재 씨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랍니다."
 
강재는 앞에서는 너 아니기만 해 봐 용식이한테 확인해서 아니면 너 그날이
 
제삿날인 줄 알아 하지만 사실을 본인도 알고 있다. 후배말이 맞을 거라는 것을 ,
 
후배에게 " 야이 XX놈아 잘 먹고 잘살아라" 하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나온 강재는 술에 취한 모습을 하고 아주 허름한 하꼬방에 장난을 치며 들어간다.
 
방안에는 경수라는 강재를 안타깝게 여기는 후배가 같이  살고 있다.
 
둘은 죽이 잘 맞아 이런저런 장난질을 치다가 강재의 장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조타령


경수:"형 용식이형이 형보고 나이트 삐끼 스래."  강재: " 쪽팔리게 삐끼가 뭐냐?
 
형 차라리 웨이터 시켜달라 그래. 겨울에 삐끼 스면 입 돌아가.
 
웨이터?  "내가 그걸 왜 해 ㅅㅂ쪽팔리게 "라고 말하는 강재. 그렇지만 바로
 
다음 날 용식이에게  삐끼 말고 웨이터 하면 안 되냐고 묻고 잇는 강재.
 
하지만 타이밍을 잘못 맞췄다. 최근 용식이파의 라이벌 덕기파 애들이
 
용식이 어우동 나이트를 들락날락거리는데 그 문제를 가지고  한참 화가 나서
 
나이트에서 군기를 잡고 있던 때에 강재가 눈치도 없이  웨이터니 삐기니 한 것이다.
 
"너 솔직히 말해서  입으로 나불대는 거 말고 할 주 아는 게 뭐가 있어
 
강재야 너는 그게 딱이야 그러니까 아무 말 말고 아무말 말고 그냥 시키는 데로 해." 
 
용식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는 강재.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참밑에
 
똘마니한테 무시를 당하다 못 이겨 싸움이 난다.
 
이로 인해 같은 편끼리 싸우냐며 용식이에게 된통 맞는 강재

둘이있을때는 한손으로 받으라니깐...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했는지 용식이 저녁에 자신에 클럽에 강재를 불러 양주를 따라준다.
 
술잔을 받으며 감사합니다 형님 하는 강재한테 "야 친구끼리 무슨 형님은 형님이야
 
둘이 있을 때는 말 편하게 하라니까, 내가 니 마음 다 안다,
 
사실 X 같지  같이 친구로 들어왔는데 한놈은 대장이 되고
 
한놈은 아직도 똘마니고 근데 너 그거 왜 그런 줄 알아? 너가 이쪽 일이랑 안 맞아서 그래,
 
마음은 여리지, 그렇다고 끈기가 있어서 뭐 하나 진득하니 하는 게 있길 해,
 
내가 X발 너 같으면 그냥 고향 가서 형 따라 배 타고 물고기 잡는다.
 
너 배 한 척 사서  가족들이랑 물고기 잡고 사는 게 꿈이라며."
 
라고 하는 와중에 덕기파 일원이 자신에 나이트에 있는 걸 확인한 용식이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뛰쳐나간다.
 
뒤따라  얼른 뛰어가는 강재, 연신 "이 시 XX마"를 외치며 주먹을 휘두르는 용식
 
강재는 옆에서 약수통을 주워와 거들지만 딱히  용식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덕기파 일원 이 쓰러지고 용식은 흥분상태로 연신 "죽어"를 외치며
 
아스팔트에 머리를 내려찍는다 비 내린 바닥으로 피가 섞이기 시작하고 뒤늦게 용식을
 
뜯어말리는 강재 그러나 덕기파 일원은 이미 차갑게 식어있다.

용식아~


화면은 다음날로 넘어가고 용식의 사무실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용식과 강재
 
담배를 들이켜었다 내쉬며 용식이 얘기한다.
 
"돌덩이를 너무 가벼운 걸 묶어 났나 봐 그XX 떠올랐다 뉴스 떴어"
 
"그러면 어떻게 하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강재
 
"뭘 어쩌긴 어째 박용식 이강재 둘이 뭉쳤는데 죽으라는 법 있어? 다 잘 풀리거야  그렇고 말고"
 
"그래서 말인데 강재야 너가 내 대신 들어가면 안 되겠냐?" 
 
너도 알다시피 "처음도 아니고 이번에 또 들어가면 인생종친날에
 
나오는데 너는 비교적 깨끗하잖아. 강재야 내 이렇게 부탁한다 나를 위해 
 
아니 우리를 위해 한번만 들어가 주면 안 되겠니?
 
너 배 한 척 가지고 고향 내려가는 게 소원이라 그랬지?
 
니가 내 부탁만 들어주면 내가 그건  꼭 약속하마"
 
강재: 바로 말하긴 어렵고... 생각 좀 해볼게 
 
용식: 사실 너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잖아. (표정이 무섭게 돌변하여 말한다.)
 
장면은 넘어가고 국밥집에서 경수와 소주를 마시는 강재

얼마 지나지 않아 강재는 한 것 취하고 골목길로 나와 용식에게 전화를 건다

"야 박용식이 나 강재야 엊그제 너한테 존 ×리 털린  이강재
내가 들어갈게 너 대신 들어간다고 이 개 xx야 대신  너 약속한 거 꼭 지켜야 한다.
 
너 약속 안 지키면 그땐 국물도 없어. (여린 톤으로 말투가 바뀐다) 용식아 약속 꼭
 
지켜야 돼 그 돈 꼭 줘야 해. 용식아 ~"

날이 지나 다음날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 양치를 하다 거울을 보며 혼잣말을 하는 강재

"그래 2년에 배 한 척이면 괜찮은 거야" 그러다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을 열어보니

경찰이 와있다. "이강재 씨 맞으시죠?"

강재 : 네 그게 아니고 제가 안 그래도 가려고 했는데...

경찰 :  강백란 씨 남편 되시죠? 강백란 씨가 어제 오후 10시 30분 사망하셨습니다..

영문을 알 수 없어 벙찌는 강재 그리고서 자신은 기억조차 없는 자신에 부인  파이란의

장례 절차로 인해 그녀의  시신이 있는 병원으로 가면서 2막이 시작된다.

파이란이라는 중국여성은  부모를 잃고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고모를 
 
 찾아 한국 땅을 밝는다. 그러나 막상 고모의 가게에서 고모는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이로 인해 일거리를 찾아 용식이가 운영하는 인력사무소로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취업활동을 위해 위장결혼을 하게 되고 그때 서류상으로  이름을 올린 게 강재였다.

강재가 쪽팔리다고 무심코 던저버린 빨간 마후라, 경수에게 전달 받은 파이란은 늘 착용하고 다닌다.

(인력사무소 복도)
경수 : 야~ 아! 이게 누구야 형! 아예 이 길로 예식장으로 가버리자. 
     (머플러를 만지며) 근데 쪽팔리게 이 빨간색은 뭐야! 
 
경수에게 사진관봉투와 서류를 내밀며 

강재 : 까는 소리 말고, 빨리 돈이나 내놔? 
 
경수 : 그지 X구멍에서 콩나물을 빼먹어라. 형! 쟤가 형 마누라야. 어때 죽이지? 한번 닦을래? 

경수가 손끝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는 강재. 

강재: 됐어 너나 닦아라.
 
강재: (목에 두른 머플러를 경수애게 던지며) 야, 이거 쟤 갖다 줘라. 
 
경수 :마누라라고 벌써 챙기는 거야? 
 
강재 : 챙기기는. 빨간색 쪽팔리대매. 
 
아름다운  파이란의 외모를 보고   룸살롱에 아가씨로 일을 시키려 했으나(경수가 인솔해 갔다)
 
화장실에서 자신의 볼살을 깨물어  룸살롱 사장 앞에서 피를 토해 위기를 모면한 파이란은
 
(인력사무소 입장에서)할 수없이 시골에 할머니가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일을 하게 된다.
 
룸살롱에 넘겼다가 궁여지책으로 세탁소에 파이란을 대려다 놓은  경수는 가벼운
 
말투로 남편 선물이라고  간직하라며  무심히 강재가 쪽팔리다고 버린 빨간 마후라와 증명사진을 준다.
 
의지할 사람 하나 없던 파이란이 기댈 곳은  만난 적도 없는 남편 사진을 보며 의지하게 된다.

인간세탁기 파이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 가지만 상황이 너무 열악해서였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결핵을 앓게 되고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늘 사진으로만 의지했던 
 
남편 강재를 보기 위해 강재를 찾아  강재가 일하던 비디오가게로 가지만 강재는 하필 그때 
 
경찰에게 붙잡혀 연행된다(초반에  말한 포르노 팔다가 열흘 구금된 사건)
 
그렇게 둘은 서로 이야기 안에서 대화 한번 나눈 적이 없는 사이다.

파이란 앞에서 경찰에 연행되가는 강재. 영화의 시작은 이로부터 10일후다.

그렇지만 강제는 유품으로 남긴 파이란의 편지를 읽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알지도 못하는 년 왜 죽어가지고 귀찮게 장례식을 가야 하냐고 투털거리던
 
강재였으나,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연민하고 공감하며 자신조차 변화하게 된다.
 
영화 포스터에 문구처럼 세상은 자신을 삼류 양아치로 치부하지만
 
사랑이라 불러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어서였을까
 
강재는 용식과 한 약속을 어기게 되고 이로 인해  쓸쓸히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2020년대에 와서야 이렇게 좋은 영화가 있었다는 걸 발견한 것이  너무 기뻐
 
여러 사람들에게 추천했으나, 좋게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감성(특히 젠더감수성)
 
이 요즘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내가  젠더감수성이 부족한 건지 나는 솔직히  그런 부분을 잘 공감 못하겠다.
 
그와 함께 시간이 흘렀다고 지금에 생각이 꼭 과거보다 발전한 것인가 싶었다.
 
예술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뭐만 하면 불편한 목소리를 내는 게 과연
 
발전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영화를 영화로서 보면 되는 건데...
 
내가 보기엔  어느 영화보다 순수하고  눈물 흘릴 만큼 아름다운 스토리였다.
 
앞으로도 이런 영화가 계속 나왔으면 하는데  뜻밖에 얘기들을 듣다보니
 
영화의 다양성이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쩻든 영화를 좋아한 나로서는  20주년 재개봉 때 못 참석해서 너무 아쉬웠다.
 
30주년에 기회가 생긴다면 꼭 극장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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